뒤늦게라도 잘 슬퍼하고 떠내보나야 할 이별의 대상은 부모, 형제, 연인만이 아니다. 프로이트가 이미 말했듯이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어떤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도 애도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그 추상적인 것의 범위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

정체성의 일부인 직장, 직위, 명예 등을 잃었을 때, 젊고 아름다웠던 과거의 자기를 떠나보내야 할 때, 부자라는 사실을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는 이들이라면 주식 투자를 했다가 돈을 잃었을 때도 상실감을 경험한다. 생의 한 시기에 온 힘을 다해 몰두했던 꿈, 목표, 이데올로기 등을 잃었을 때, 연극배우들이 혼신을 다한 공연을 끝냈을 때, 고시 공부에 몰두한 이들이 시험에 합격했거나 불합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애착의 감정을 품었던 모든 대상, 애완견이나 필기구 같은 것을 잃었을 때도 상실감을 느낀다.

애도 대상에는 공간과 환경도 포함된다. '망명(이면)은 감옥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안전하고 친근한 환경을 떠나 낯선 나라로 간다는 것은 마음속에 불안감의 감옥을 만들어 가진다는 의미이다. 이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사, 전학, 환경의 파괴 등도 당사자에게 심각한 상실의 문제를 떠안긴다. 어떤 대상과 어떤 방식으로 헤어지든 간에 이별 후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은 대체로 비슷하며, 그것은 해결해야 하는 심리적 문제를 남긴다.

좋은 이별 - 김형경

2009/11/29 22:18 2009/11/2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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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란자전거 2009/12/01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은씨.. 잘 지내고 있죠?

    • 동동씨 2010/01/03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엇! 답글이 넘 늦었네요. ㅎㅎ
      그냥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야후에서보다 지금 일이 더 많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