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증후군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배울 때 가장 빨리 배우는 단어가 '빨리빨리'란 얘기가 있을 정도로 현대의 한국인들은 동작이 빠르고 급하기로 유명하다. 외국에 나가면 관공서, 은행, 상점 할 것 없이 일하는 속도가 느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한국인들도 많을 정도다. 뉴욕에서 한국인 상점 종업원들의 빠른 손동작 때문에 혹시 자기를 속이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는 사람도 만난적이 있다.

원래는 조용하고 그윽하기만 했던 은자의 나라가 이젠 다이나믹 코리아란 제목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조급함과 서두름은 상놈들의 처신이라고 간주했던 한국인들이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초조하게 살게 되었을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느긋하게 약속 장소에 나타나는 한국인들을 조롱하는 '코리안 타임' 이란 말이 있었는데, 요즘 한국인들은 약속을 분 단위로 할 정도로 시간을 아껴 쓴다.

극단으로 치닫는 경쟁지향적 사회

시간에 대한 정서가 이렇게 바뀐 원인에는 해방 후 지난 육십여 년 동안 한반도에서 일어난 산업화의 속도를 먼저 생각할 수 있겠다. 넋놓고 있다 보면, 금방 집값이 뛰어서 길가에 나 앉게 될 처지가 되고, 남들을 따라 하지 않으면, 어느 틈에 저만치 앞장선 사람들의 호화스런 생활에 비해 마치 바보처럼 뒤처지는 것 같아 기가 막혀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극단으로 치닫는 경쟁지향적인 사회는 여유를 갖고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패배자로 몰기도 했다. 결국 이런 토양에서 자란 이들은 요리는커녕 먹는 시간마저 아까워 자장면 한 그릇이나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적당히 해결하고, 차가 막히거나 늦으면 조급해져 화를 내는데 익숙하다.

특히 야망이 많아 항상 승자가 되어야 하는 이른바 '타입 A'형 사람들, 혹은 조증이나 성인형 과잉행동증후군 환자들도 초조한 마음에 뭐든 빨리 해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되기 쉽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조급한 양육 태도가 문제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참지 못하고 다그치거나 부모가 먼저 나서서 빨리 하기를 강요한다면 아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버티는 '수동공격형 행동'을 하거나 부모의 가치를 내재화해서 '빨리빨리 증후군'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남들에게 지고는 못 사는 자기애적 성격장애도 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남에게 지기 싫어 무엇이든 빨리 하려고 하는 태도 때문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먼저 생각해야

그렇다면 이런 조급증에 대한 처방은 무엇인가. 우선은 자신의 삶이 갖는 지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빨리빨리 돈을 벌고 빨리 성공해서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미래를 위해 편안한 현재를 희생하려 하는데, 과연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무엇이든 많이 갖고 누리고 싶어 욕심을 부리면서 정작 꼭 필요한 마음의 평화를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해 보자.

두 번째로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 빨리 돈도 벌고 성공해서 남들에게 뭔가를 보여 주어야겠다는 신경증적인 욕망을 감추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목표가 남들보다 무조건 많이 갖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난 것에 있다면, 결국 허망함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결국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 나보다 더 젊어 보이는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 아닌가, 껍더기에 불과한 내 소유가 사라지면 정작 그 안에 들어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하찮아서 허무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산이나 지위는 내가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언젠가는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진정으로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우자

이렇게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열등감과 신경증적 요소들을 직면해서 껍데기에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한 후에는 진정으로 인생을 즐기는 법을 하나씩 배워 나가야 한다. 예컨대 음식을 먹을 때도 요리를 하는 즐거움부터, 그 맛을 음미하고 치우는 일까지 모든 단계 하나하나에 가치를 둘 필요가 있다. 책을 무조건 많이 빨리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읽는 것도 좋다. 어디 어디를 돌아다녔다고 광고하기 위해서 여행을 하지 말고, 여정길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보자. 이것은 삶을 목표지향적인 것에서 과정지향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서 우리가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솜이 친구 10월, 이나미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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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한국인들이 조급증을 가지고 있다.
2. 빨리빨리 돈벌고 성공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3. 삶을 목표지향적이 아니라 과정지향적으로 바꾸는게 어떨까.

2007/10/26 01:30 2007/10/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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